Chapter Text
스카이파이어는 옆으로 누워서, 자기 귀 뒤를 긁어주는 인간의 손가락을 느끼면서 가르랑거렸다. 브러시가 목 주변의 두툼한 털을 부드럽게 당기더니, 그 다음에는 손가락이 목걸이 밑으로 들어와서 그가 혼자서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을 문질러 주었다. 짤막짤막하고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브러시가 움직이며 스카이파이어의 등과 옆구리를 쓸어내려갔다. 그는 만족하며 눈을 감고 꼬리를 느릿하게 저었다.
털 손질은 너무도 빨리 끝이 났다. 스카이파이어는 배를 깔고 엎드리는 자세로 몸을 굴린 후, 머리를 한 번 흔들어서 털을 가다듬고, 옆에 앉아 있는 빨간 털을 가진 인간 여자(queen)를 기대하는 눈으로 올려다보았다.
“응? 뭐가?”
스카이파이어는 한번 더 몸을 털고 일어나서, 파이어스타의 손 쪽으로 가서 그 손에 들려 있는 브러시에 자기 몸을 문질렀다.
“아, 내가 어딜 빼먹었어?” 파이어스타는 브러시를 치우고 한 손을 스카이파이어에게 얹더니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스카이파이어는 애처롭게 야옹거렸다.
“얼른” 파이어스타가 달랬다. “이리 와서 하자.”
스카이파이어는 뒷발로 일어서서 목을 긁어주는 손가락을 즐겼다.
“자 됐다!” 스카이파이어가 네 발로 다시 서자 파이어스타는 브러시를 내려놓고 다른 손으로는 스카이파이어의 가슴을 긁어주었다. “착하다”
스카이파이어는 파이어스타의 손에 몸을 기울이고 머리를 그녀의 팔에 문지르면서 계속 골골거렸다. 그녀에게서 다른 고양이의 냄새가 났지만, 그는 이에 익숙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쓰다듬어주는 손길과 관심이었고, 그는 그녀가 최대한 오래 머무르길 바랬다.
“알았어, 그래. 그러다 넘어질라” 파이어스타는 조심스럽게 손을 뗐지만, 스카이파이어는 지지할 곳이 없어지자 그대로 휘청거렸다. 그는 바닥에 넘어져 등을 대고 굴렀고 파이어스타가 소리 내어 웃었다.
“내가 뭐랬어.” 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희고 긴 털이 가득한 브러시를 집어서 그에게 내밀었다. “이것 좀 봐봐. 털이 엄청 빠지고 있네.”
스카이파이어는 앞발로 브러시를 끌어안고 뭉툭한 솔에 턱을 비볐다. 파이어스타는 그의 것이 아니지만 이 브러시는 그의 것이었고, 스카이파이어는 여기에 자기 체취가 계속 남기를 바랐다. 게다가 문지르면 느낌도 좋았다.
파이어스타가 브러시를 가볍게 잡아당겼다. 스카이파이어는 브러시를 꽉 붙들고 재미있어서 꼬리를 더 빠르게 흔들었다. 파이어스타가 집을 떠나기 전에 함께 놀아 주는 일은 흔치 않았다.
그녀는 브러시를 반대 손으로 바꿔 쥐고는 손을 뻗어서 그의 귀 사이를 긁어 주었다. 스카이파이어는 브러시를 놓고, 막는 손길을 몸을 돌려서 피한 후, 다리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파이어스타가 브러시를 들고 일어섰다. 스카이파이어는 앉은 자세로 웅크린 후 브러시가 손닿을 수 없는 곳으로 사라지는 것을 쫓아서 발을 휘저었다.
“기운이 넘치는구나” 파이어스타가 말을 걸었다. 그녀가 멀어지기 시작하자 스카이파이어는 눈을 브러시에 고정한 채로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이 털 좀 봐” 파이어스타는 브러시에 엉킨 하얀 털들을 뜯어내며 말을 이었다. “이걸로 고양이도 한 마리 새로 만들 수 있겠다.”
스카이파이어는 고개를 갸웃하고는 야옹 소리를 냈다. 고양이 한 마리 새로?
“그래” 파이어스타가 말했다. “다른 고양이를 한 마리 통째로 말야.”그녀는 모은 털을 캔에 넣고 브러시를 테이블 위에 놓았다. 스카이파이어는 그 깡통에 몸을 문지르며 골골 소리를 냈다. 다른 고양이가 그의 곁에 있는 것도 괜찮을 듯했다.
“됐다” 파이어스타가 말했다. “편안해하고 있는 것 같으니, 나는 이제 나가야겠어.”
스카이파이어는 복도를 걸어서 바깥으로 나가는 문간까지 그녀를 따라간 후, 가지 말라고 최대한 불쌍하게 야옹거렸다. 이게 효과가 있었던 적이 없었지만, 이번에도 시도는 해 봐야 했다. 같이 놀아 달라는 것도 아니었다. 그녀의 따뜻한 무릎 위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서 함께 시간을 보내기만 해도 그는 행복할 것이다.
파이어스타가 문간에 멈춰 서더니 그에게로 돌아서서 손을 무릎에 짚었다. “뭐가 문제니?” 그녀가 물었다. “오늘 받은 사랑으로는 부족하니?”
스카이파이어가 긍정하며 야옹 소리를 내고는 그녀의 손가락에 제 뺨을 열렬히 문질렀다. 파이어스타는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그의 머리를 양 손으로 감싸쥔 후에 양쪽으로 목걸이 아래를 긁어주었다. 그는 한쪽으로 몸을 기대며 황홀한 느낌에 눈을 감았다.
“됐다.” 파이어스타가 말했다. “이제 고양이가 사랑을 넉넉히 받았네.”
그녀는 그의 귀 사이에 입술을 누르고는 일어섰다. 스카이파이어는 즉각 다시 울면서 그녀에게 더 있어 달라고 부탁했다.
“한도 끝도 없어요.” 파이어스타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문을 열고 옆걸음으로 나가며 한쪽 발을 뻗어서 스카이파이어가 그녀를 더 못 따라오게 막았다. “금요일에 또 올게. 그때까지 착하게 있어야 한다. 알았지?”
스카이파이어가 한 번 더 야옹거렸지만, 이미 그녀의 등 뒤로 문이 찰칵 소리를 내며 닫혔고, 그는 홀로 남았다. 그는 복도에 가만히 서서 문을 바라보며 기다렸다. 파이어스타가 돌아오지 않는다고 이미 알고 있었지만 말이다. 최소한 한번 집을 나가면 곧바로 그녀가 다시 오지는 않는다. 잠시 후 그는 치켜들었던 꼬리를 축 떨어뜨리고 복도를 다시 거슬러 안으로 들어갔다. 가르랑거리던 소리는 침묵으로 가라앉았다.
그는 방금 나갔던 방으로 다시 돌아와 밥그릇이 놓인 고무 매트 옆에 멈춰섰다. 그릇 안에 건조 펠렛 사료만 있는 것을 보고 그는 방 안을 어슬렁거렸다. 장난감 쥐와 반짝이 바스락 공들이 바닥에 흩어져 있었지만 그는 더 이상 놀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았다. 혼자서는 재미가 없었다. 그는 여러 단이 달려 있는 캣 타워를 지나치고, 지지대에 무심하게 발톱을 간 후에, 창문턱에 뛰어올라 앉았다.
바깥 세상은 밝고 화창했다. 빛과 그림자가 얼룩을 그리며 천천히 마당을 가로질러 움직이고 있었고, 여기서 느낄 수는 없지만 바람이 나무 사이로 불고 있었다. 스카이파이어는 나뭇잎이 서로 스치는 소리를, 새소리를, 그리고 멀리서 개가 짖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나무에 오르거나 서늘한 풀밭에 누워서 세상이 흘러가는 것을 바라보기에 딱 좋은 날이었다.
하지만 밖에 마음대로 나갈 수 있더라도, 과연 즐거울지는 잘 모르겠다고 스카이파이어는 생각했다. 함께 할 상대방이 아무도 없는데 날이 좋으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스카이파이어는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할 때까지 창가에 앉아 있었는데 그 즈음에 현관문이 다시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즉시 창가에서 내려와 흥분해서 꼬리를 휘저으며 문 쪽으로 달려갔다. 스카이파이어와 한집에 사는 존재, 피부는 희고 털은 갈색인 인간 남자(tom)가 한쪽 허리께에 종이봉투를 들고 이미 집 안에 들어와서 문을 닫고 있었다. 스카이파이어는 열렬히 야옹거리며 그를 맞이했다.
“그래, 안녕 제트파이어,” 프라울이 한숨을 쉬었다. 그는 지쳐 보였다. ‘직장’이라고 부르는 인간 동료 무리(clowder)를 만나고 집에 올 때면 그는 종종 그랬다. 스카이파이어는 왜 무리를 하나 더 가져야 하는 건지를 이해한 적이 없었지만, 프라울이 피곤해하는 것에 익숙했고, 인간들이 그의 이름을 틀리게 부르는 데에도 익숙했다. 그는 이런 것들을 다 무시하고, 프라울이 그가 있어야 할 무리로 복귀한 것을 환영하면서 프라울의 다리에 대고 몸을 문질러서 다른 인간들의 냄새를 우리 가족의 냄새로 가렸다.
프라울은 한쪽 발로 그를 밀었다. “비켜봐.” 스카이파이어는 문제의 다리에 몸을 기대고 골골거렸고 프라울은 한숨을 쉬었다.
“내가 널 밟으면 다 네 탓이다.” 그는 스카이파이어 주변에서 움직이며 말했다. 스카이파이어는 야옹 소리를 내고는 그를 총알같이 지나쳐 부엌으로 앞장서서 들어갔다. 종이봉투는 음식이란 의미였고, 스카이파이어는 음식이 어디에 보관되는지를 알고 있었다.
그는 조리대 상판에 올라앉으면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프라울이 종이봉투를 조리대에 올려놓자 그는 뒷다리로 일어서서 앞발을 찬장 문에 짚고 몸을 쭉 늘려서 봉투를 보며 관심을 표했다. 그는 프라울에게 신경써 달라고 야옹 소리를 낸 후 캔과 다른 물건들이 봉투에서 나오는 모습을 주의 깊게 지켜보았다.
“그래, 그래, 알고 있어.” 프라울이 말했다. 캔 뚜껑을 하나 따자 닭고기와 그레이비의 냄새가 가득 퍼졌다. 스카이파이어는 바닥으로 내려가서 응접실로 달려갔다. 거기에 그의 밥그릇이 있었다.
프라울이 닭고기를 숟가락으로 떠서 밥그릇의 건조 펠렛 위에 얹는 동안, 스카이파이어는 프라울에게 몸을 문지르고 골골거리면서 함께 있어 달라고 가능한 예의바르게 졸랐다. 프라울이 밥주기를 마치고 몸을 일으켰지만, 스카이파이어는 그의 발치를 맴돌며 바라보았다.
“자 밥 먹으렴” 프라울이 캔으로 밥그릇 쪽을 가리켰다. “같은 브랜드 거니까 외면할 이유는 없겠지.”
스카이파이어는 시선을 음식 쪽으로 돌렸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자, 봐봐.” 프라울은 스카이파이어 앞에 그레이비가 묻은 숟가락을 들어 보였고, 스카이파이어는 호기심에 차서 냄새를 맡았다. “알겠지? 매번 사오는 바로 그 캔이야.”
스카이파이어는 다시 프라울을 올려다보며 야옹거렸다. 이게 평소와 같은 음식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식사할 동안 프라울이 옆에 있어 줄지를 알 수 없었다. 그게 문제였다.
“다른 건 줄 게 없는데.” 프라울이 명백히 초점을 이해 못 하고 답했다. “닭고기에 질린 거라면 다음 번에는 참치를 사 보자. 그런데 이 캔을 먼저 다 먹어야 해.”
프라울은 다시 부엌으로 돌아갔다. 스카이파이어는 그를 따라가며 항의하는 울음 소리를 냈다.
“왜?” 프라울이 초조하게 물었다. “밖에 나가고 싶은 거야?” 그는 현관문 쪽으로 향했고 스카이파이어는 그를 따라갔다. “좋아, 그럼 밖으로 나가자.”
거짓말이었다. 프라울이 스카이파이어와 함께 밖으로 나가는 적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스카이파이어는 그를 따라 문 쪽으로 갔고, 프라울은 고양이 출입구의 금속 덮개를 열어 주었다. 따뜻한 여름 공기가 덮개 주변으로 들어오면서 풀과 나무의 향기를 싣고 왔다.
“자” 프라울이 말했다. “재미있게 놀다 와.”
그는 다시 부엌으로 돌아갔다. 스카이파이어는 이번에는 따라가지 않고 식구의 뒷모습을 쓸쓸히 쳐다보았다. 스카이파이어는 프라울이 왜 하루종일 인간 직장 동료 무리들과는 같이 있으면서 자신이랑은 잠깐도 같이 있어 주지 않는 건지 이해하지 못했고, 잠깐만 같이 있어 주면 혼자서 밥 먹지 않을 수 있을 텐데, 라고 생각했다. 프라울은 스카이파이어만으로는 진짜 동료 무리가 충분하지 않은 걸까?
우울한 생각이었다. 스카이파이어는 고양이 출입구를 밀고 나와 꼬리가 축 처진 채로 현관 포치로 향했다.
세상은 황혼에 잠겨서 생동감 넘치던 색채가 부드럽게 변해 있었다. 나무에서는 새가 몇 마리 아직 노래하고 있었지만, 귀뚜라미가 지저귀는 소리가 더 많아졌다. 멀리서 잔디 깎는 기계의 진동소리가 들려왔다.
스카이파이어는 멈춰 서서 공기 냄새를 맡았다. 집 주변에 가끔 출몰하던 너구리의 냄새가 있었지만, 걱정해야 할 만큼 강하지는 않았다. 다른 수컷 고양이의 냄새가 더 강했다. 아마 떠돌이 고양이가 지나간 것 같았다. 너구리를 쫓고 있거나, 너구리를 피하고 있거나. 만약 이 수고양이가 아직 근처에 있다면 바람 방향의 맞은편에 있고, 느껴지는 것보다 실제로는 멀리 있을 듯했다.
스카이파이어는 자신의 영역을 훤히 볼 수 있는 포치 난간 위로 뛰어올랐다가 그대로 얼어붙었다.
마당에 고양이가 한 마리, 나무 아래에 앉아 있었다. 크기가 작고, 크림색의 짧은 털에, 얼굴과 다리와 꼬리는 검었다. 그 고양이는 – 수컷이었다 – 목걸이는 하지 않았고, 털은 헝클어져 있었는데 발 하나를 들어 조심스럽게 머리를 닦고 있었다. 그는 아직 스카이파이어를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스카이파이어의 새하얀 털이 주변으로부터 그렇게 두드러져 보이는데도.
천천히, 스카이파이어는 다리를 몸통 아래로 넣고 난간 위에 웅크려 앉아서 수고양이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다른 고양이를 본 게 얼마만이었나? 올여름 초에 캣 쇼가 있긴 했지만, 스카이파이어는 다른 참가자들을 만날 기회가 없었다. 그리고 이 고양이는 어려 보였다. 아직 다 자란 것 같지도 않았다. 아마도 짝짓기 할 수 있을 만큼의 나이는 되어 보였지만, 스카이파이어는 암고양이들에게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다른 수고양이의 존재에 개의치 않았다. 먹을 것도 충분했기에 스카이파이어는 이 수고양이를 쫓아낼 이유가 없었다.
어쩌면 이 고양이는 친구를 좋아할 수도 있고, 스카이파이어처럼 외로울 수도 있었다. 그의 냄새에는 다른 고양이나 인간들의 흔적이 없었다. 어쩌면 스카이파이어가 더 가까이 가도 그는 신경쓰지 않을지도 몰랐다.
스카이파이어는 잠시 머뭇거렸다가 난간에서 풀밭으로 뛰어내렸다. 수고양이가 머리를 홱 들었다. 붉은 눈이 스카이파이어에게 못박혔다. 스카이파이어는 몸을 땅 쪽으로 낮추고 최대한 위협적이지 않게 보이려고 노력하며 동작을 멈췄다. 상대방 고양이도 움직이지 않았다. 몸단장을 계속할 듯한 한쪽 발도 들어올렸던 그대로 멈춰 있었다. 수고양이가 움직이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스카이파이어는 상대방의 한쪽 눈 위쪽으로 털이 엉겨붙어 있고, 그쪽 귀에 찢어진 상처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바람에 피 냄새가 희미하게 실려왔다.
스카이파이어는 귀를 위협적이지 않은 각도로 유지하고 시선은 상대방 고양이를 지나쳐서 그 뒷편을 향하도록 주의하면서 살금살금 다가갔다. 수고양이는 발을 내리고 땅에 바짝 붙는 자세를 취했다. 그의 가슴 속에서 나지막하게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그는 확실히 아파 보였고, 상처를 돌볼 수 있게 혼자서 있고 싶은 듯했다. 하지만 그는 도망치지 않았고 공격해 오지도 않았다. 스카이파이어는 조금 더 가까이 갔고, 수고양이가 내는 으르렁 소리가 더 커지자 그 자리에 멈췄다.
으르렁대는 소리가 사그라들자 스카이파이어는 천천히 앉아서 잔디밭을 둘러보았다. 스카이파이어는 주변 시야로 수고양이가 몸을 움직이는 것을 봤고, 낮은 으르렁거림이 또 시작됐다. 스카이파이어는 움직이지 않고 가능한 조심스럽게 그를 지켜보았다. 스카이파이어는 이 작은 고양이를 놀래켜서 쫓아 버리고 싶지 않았고, 그에게 공격당하는 것도 원치 않았다. 그는 상대방을 진정시킬 수 있길 바라며 부드럽게 가르랑거리기 시작했고, 그러자 으르렁대던 소리가 다시 잦아들었다.
수고양이는 한 번 더 몸을 움직이더니, 스카이파이어에게서 얼굴을 돌리고 그의 존재를 조용히 받아들였다. 스카이파이어는 잠시 기다렸다가 상대방을 다시 쳐다봤다. 수고양이는 여전히 곁눈질로 스카이파이어를 살펴보고 있었지만, 일단 위협은 멎었다.
스카이파이어는 일어나서, 달래는 가르랑 소리를 계속 내면서 접근하기 시작했다. 수고양이는 심기가 불편한 귀 모양을 하고 그를 쳐다보았으나, 다시 으르렁대지는 않았다.
마침내 스카이파이어는 앞발을 뻗으면 이 방문객에 닿을 수 있을 만큼 가까워졌다. 수고양이의 머리에 엉겨 있는 것 말고는 핏자국이 안 보였지만, 그는 상처를 잘 간수하지 않으면 병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머리에 난 상처는 남이 도와주지 않으면 깨끗하게 하기가 어렵다는 사실도. 과연 이 고양이는 모르는 자의 도움을 받아들일 것인가?
알아낼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스카이파이어는 계속 골골 소리를 내면서 둘 사이의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 머리를 낮춰서 수고양이의 상처를 냄새맡았다. 수고양이는 귀를 움찔했지만 움직이지는 않았다. 그의 털에서는 두려움, 그리고 희미하게 너구리의 냄새가 났다. 스카이파이어도 귀를 뒤로 젖혔다. 스카이파이어는 수고양이의 머리 꼭대기를 혀로 몇 번 핥아서 의도를 상대방에게 전하려 한 다음에, 거부당하지 않자 천천히 엉겨붙은 털 쪽으로 접근했다.
스카이파이어가 얼굴을 깨끗이 해 주는 동안 놀랍게도 수고양이는 가만히 있었다. 그는 분명히 어렸지만, 스카이파이어가 처음에 생각했던 것만큼은 아니었다. 체구가 작은 것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너무 말라서인 듯했다. 만약 너구리한테 다친 거라면, 둘이서 먹이를 놓고 다투고 있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에게서 병에 걸린 냄새는 나지 않았다: 최소한 스카이파이어가 파악한 바로는 그랬다. 오히려 좋은 냄새가 났다. 스카이파이어는 상대방의 털에 코를 파묻고, 이 따스한 나무껍질과 풀향기의 뉘앙스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알아가고 싶었다.
그러나 스카이파이어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그는 수고양이를 마지막으로 핥아준 후, 뒤로 물러나서 상대방이 원하면 몸을 피할 수 있도록 해 줬다.
수고양이는 곧바로 둘 사이의 거리를 벌렸다. 그는 몸길이 몇 개 정도 떨어진 위치에서 멈추더니, 몸을 흔들어 털고는 스카이파이어가 전혀 건드리지 않은 옆구리 부분을 몸을 틀어서 핥기 시작했다. 낯선 자와는 냄새를 나누고 싶지 않다는 뜻이 분명했다. 하지만 스카이파이어는 뿌듯했다. 이 작은 수고양이는 스카이파이어를 모르지만 그가 가까이 접근하게 그리고 자신을 도와줄 수 있게 허락해줬다. 그들은 아직 서로를 모르지만, 어쩌면 계속 이렇지는 않을 수도 있다. 어쩌면 스카이파이어는 친구를 찾아낸 건지도 모른다.
그는 멀찍이 서서, 수고양이가 털다듬기를 금방 끝내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수고양이는 쏜살같이 달아났다. 하지만 잠깐이라도 이렇게 가까이 있을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스카이파이어는 충분히 고마웠다.
수고양이는 마당을 둘러싼 울타리 옆에 멈춰서서 스카이파이어를 돌아보았다. 그런 다음 그는 대문 아래의 좁은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더니 사라져버렸다.
